천지경제

2025-10-09

디지털 무역 급성장 속 한국의 통상 전략, AI 시대의 새로운 수출 축

AI 시대의 새로운 수출


디지털 무역 급성장 속 한국의 통상 전략

AI(인공지능)와 클라우드, 데이터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디지털 무역(Digital Trade)’이 글로벌 교역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국가 간 경쟁은 단순히 상품 수출이 아닌,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흐름을 누가 주도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발표한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이 어떤 통상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를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전송 서비스 수출 규모는 2010년 5,391억달러에서 2024년 1조6,209억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같은 외부 충격에도 꾸준히 성장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무역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수출 축으로 평가된다.



1. 디지털 무역의 급성장 배경과 의미

디지털 무역은 단순한 온라인 거래를 넘어,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AI 모델·데이터 전송 등 모든 디지털 자산의 국경 간 교류를 포함한다.

이는 전통적인 상품 무역과 달리 물리적 운송이 필요 없고, 효율성과 접근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1). 기술 혁신이 만든 새로운 무역 질서

AI 모델 학습,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데이터 분석 등은 국가 간 실시간 연결을 기반으로 한다.

결과적으로 데이터가 곧 ‘상품’이 되었고, 기술이 ‘관세’보다 더 큰 무역 장벽이 되고 있다.


2). 외부 충격에도 강한 구조적 성장

디지털 전송 서비스는 제조업처럼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하지 않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전통 수출은 급락했지만, 디지털 무역은 오히려 확대되었다.

이러한 구조적 안정성은 국가 수출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2. 주요국의 디지털 무역 전략 비교

디지털 무역이 확산되면서 각국은 데이터 이전과 활용을 둘러싼 규범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미국·EU·중국의 접근 방식은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구분 내용
미국·일본 데이터 자유화 중심.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개방과 혁신 촉진에 초점.
EU 개인정보 보호와 디지털 주권 강화. 데이터 주도권을 정책 중심으로 설정.
중국 데이터 현지화와 안보 우선. 전략산업 보호를 최우선으로 추진.
한국 개방과 보호의 중간적 위치. 상대국 시각에 따라 규제 수준이 다르게 해석됨.

OECD의 ‘디지털 서비스 무역 제한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0.02), 일본(+0.04)보다 규제가 다소 강하지만, EU(-0.02), 중국(-0.26)보다는 개방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즉, 한국은 완전한 자유화와 완전한 보호주의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셈이다.



3. 한국이 직면한 통상 과제

SGI 보고서는 한국이 ‘지속 가능한 통상 전략’을 구축하기 위한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1). 개방과 기술 주권의 균형

AI·클라우드·자율주행 등 협력이 필수적인 분야와, 국가 안보·핵심 기술 보호가 필요한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

완전한 개방도, 폐쇄적 보호주의도 아닌 ‘균형 있는 통상 구조’가 필요하다.


2). 국제 규범과의 정합성 확보

국내법 제도가 국제 규범과 상충하지 않도록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부처 간 상이한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파편화·중복 문제를 방지해야 한다.


3). 국제 표준화 선도

APEC·OECD 등 다자 협의체에서 디지털 규범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정부의 ‘APEC AI 이니셔티브’는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규범 제정의 주도권을 잡을 기회로 평가된다.



4. 디지털 무역, ‘지속 가능한 개방’의 시험대

디지털 무역은 경제 성장과 안보, 기술 주권이 복합적으로 얽힌 영역이다.

따라서 단순한 수출 정책이 아니라, 기술과 통상, 규제의 교차점을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한국이 중간적 위치에 있다는 것은 약점이자 강점이다.

균형 전략을 잘 활용하면, 양쪽 블록(미국·중국)과의 협력 기회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결국 한국의 미래 통상 전략은 ‘지속 가능한 개방’을 기반으로, 국제 표준화 주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결론 : 데이터가 새로운 수출이다

AI와 데이터가 경제의 핵심 자산이 된 지금, 디지털 무역은 더 이상 부차적인 산업이 아니다.

데이터는 석유처럼 추출·가공·전송되는 자원이 되었고, 이를 다루는 능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한국은 기술력과 개방성을 모두 갖춘 국가로서, 디지털 무역의 국제 표준화 논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이 있다.

지금이 바로 ‘데이터 중심 무역 시대’에 맞는 새로운 통상 전략을 구체화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