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는 내리는데 왜 대출금리는 그대로일까?
- ‘기준금리 인하 = 대출금리 하락’이라는 공식이 깨진 이유
1. 대출금리는 왜 기준금리만 보고 움직이지 않을까?
'기준금리가 떨어졌으니, 대출금리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은 매우 상식적인 반응이다.
특히 은행의 변동금리형 대출은 코픽스(COFIX)를 기준으로 금리가 결정되므로,
코픽스가 하락했다면 대출금리도 따라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 2024년 6월 신규 코픽스는 3.63%로 전월 대비 0.09%포인트 하락하였다.
- 그러나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제자리이거나 소폭 상승하였다.
겉보기에는 기준금리는 내렸는데, 왜 체감 금리는 그대로인 걸까?
2. 코픽스란 무엇인가?
COFIX (Cost of Funds Index)는 '자금조달비용지수'로,
은행들이 고객에게 예·적금을 받아들이거나 금융채 등을
발행해 자금을 끌어올 때 들어가는 평균 비용을 말한다.
즉, 은행 입장에서 돈을 얼마나 들여 조달했는지를 수치화한 것이다.
이 코픽스에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 최근 한 달간 신규 조달 자금의 평균 금리
- 신잔액 기준 코픽스 : 누적 잔액 기준 전체 자금의 평균 금리
이번에 하락한 것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이며,
이는 현재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낮아졌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대출금리도 낮아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을까?
3. 핵심은 '가산금리'에 있다
대출금리는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결정된다.
- 대출금리 = 기준금리(코픽스 등) + 가산금리 – 우대금리
여기서 중요한 변수는 가산금리이다.
은행이 대출자 개인의 신용위험, 담보 가치, 내부 비용 등을
반영해 자체적으로 붙이는 추가 금리가 바로 이것이다.
이번 달 은행들은 코픽스 하락분만큼 가산금리를 올려서
총 대출금리를 사실상 동결시켰다.
은행별 대출 가산금리
- 신한은행 : +2.57%p
- 국민은행 : +2.17%p
- 하나은행 : +2.50%p
- 우리은행 : +2.74%p
결과적으로 기준금리는 하락했지만,
가산금리 인상으로 효과가 상쇄되었다는 뜻이다.
4. 은행은 왜 가산금리를 올렸을까?
1). 대출총량 규제 회피 목적
2024년 6월, 금융당국은 ‘6·27 가계대출 대책’을 발표하며,
다음과 같은 규제를 가했다.
-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 이하로 제한
- 하반기 은행별 가계대출 목표치 50% 이상 축소 요청
이는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였으며,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많이 해주면 안 되는 환경이 된 것이다.
결국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올려 금리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대출 수요 자체를 억제하려 한 것이다.
2). 가산금리는 외부 통제가 어려운 '은행 재량'
기준금리는 시장에 공개되고 비교도 쉬운 숫자이지만,
가산금리는 은행 내부 기준으로 조정된다.
- 리스크 비용
- 자본 비용
- 마케팅 전략
- 모집인 수수료 구조 등
다양한 명분을 붙여 얼마든지 올릴 수 있으며,
외부에서 이를 제어하거나 검증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은행은 실질적인 금리 통제 수단으로 가산금리를 적극 활용한다.
5. 실수요자는 '이중 고통'을 겪는다
이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대상은
집을 구매하거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실수요자이다.
- 코픽스가 내려 금리 부담이 줄어들 거라 기대 상승
- 가산금리 인상으로 체감 금리는 그대로이거나 소폭 상승
- 대출한도까지 축소되어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운 상황
반면, 현금 자산이 풍부한 자산가층은 규제나 금리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그 결과, 현금 부자는 웃고 실수요자는 좌절하는 이중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6. 향후 대출금리, 정말 내려갈까?
현재 대출금리의 향방은 단순히 코픽스와 기준금리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 미국의 금리 인하 여부 (2024년 하반기 중 한 차례 인하 예상)
-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시기
- 가계부채 총량 규제의 추가 조치 여부
- 은행의 실적 관리 전략
특히 가산금리는 은행의 내부 전략 수단이기 때문에,
코픽스가 더 내려가도 대출금리는 반드시 내려간다고 보장할 수 없다.
결론 - 기준금리는 '명분', 가산금리는 '실력'이다
과거에는 기준금리만 보면 전체 금리를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은행은 가산금리라는 무기를 통해 금리를 정교하게 조정하고 있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히
'이번 달 코픽스가 내렸으니 내 대출금리도 내려가겠지'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대출금리를 분석할 때는 기준금리뿐만 아니라,
가산금리의 움직임과 정부 규제의 방향성을 함께 봐야 하는 시대이다.